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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장르에 따른 서사 차이

by Glad soomy 2023. 3. 23.

1. 서사 축소 - c. 내일로 One Day More

 1부 마지막 곡인 One Day more는 장발장의 모든 인물이 등장에 합창한다.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발장은 자베르가 쫓아와 자기를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 에포닌은 마리우스에 대한 짝사랑의 슬픔, 앙졸라는 혁명, 자베르는 혁명을 방해하려는 목적을, 테나르디에 부부는 혁명에서 죽은 이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계획을. 각각 자기의 이야기를 내일이 되면 이 모든 일의 결과를 알게 되리라는 내용의 노래가 One Day More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이 노래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생략·압축되어 있다.

1. 에포닌이 변장하고 장발장에게 ‘이사하시오.’라고 적은 쪽지를 건넴.
2. 테나르디에 패거리가 장발장의 집을 털러 왔던 것과 ‘이사하시오.’라는 쪽지로 자베르가 자기를 찾아냈다고 생각한 받은 장발장이 떠나려 한다.
3.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할아버지 질노르망씨를 찾지만 거절당한다.
4. 마리우스가 돌아오기 전에 떠난 코제트가 에포닌에게 편지를 부탁한다.
5. 장군 라마르크가 죽고 혁명이 발발한다.
6. 코제트의 집으로 돌아온 마리우스는 그녀가 떠난 것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변장한 에포닌이 ‘혁명에 참여하라.’고 말하자 코제트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마리우스는 이끌리듯 혁명에 참여한다.
7. 자베르가 시민들을 속여 혁명에 참여하는 척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많은 내용이 압축되며 몇 가지 이야기는 약간 변형되었다. 대표적으로 뮤지컬에서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따라 떠날까, 혁명에 참여할까 갈등하다가 혁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지만 소설에서는 코제트가 이미 떠난 후 실연에 빠져 혁명에 참여한다. 또 소설에서 에포닌은 장발장이 떠나게 함으로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헤어지게 하고, 마리우스에게는 혁명에 참여하게 한 뒤 남장을 하고 마리우스를 찾아가지만 뮤지컬에서는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관계를 보며 슬픔 마음을 노래한다.
 One Day More는 이처럼 복잡한 서사를 한 곡 안에 병렬적으로 나열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소설에서는 한 번에 한 인물의 이야기, 또는 한 사건만을 서술할 수밖에 없지만 뮤지컬에서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줘 서사를 압축해 전할 수 있는 장점을 백분 발휘하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전달되지 않고 하나의 줄기가 되어 혁명이라는 내일로 향하고 있다. 이 곡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 자주 회자하는 이유는 이렇게 뮤지컬이라는 장르, 즉 서사 담화에 맞게 소설의 서사를 잘 각색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레미제라블 뮤지컬 넘버 '내일로'

2. 서사 축소 - d. 장발장의 죽음 Epilogue

  마지막으로 장발장이 죽는 부분은 서사가 압축되며 다른 내용으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소설에서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과 장발장이 죽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장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 행렬에만 참석하고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죄인인 자신은 코제트의 행복에 끼어들 자격도 없으며 혹시 그랬다가 행복이 어그러지기라도 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2. 테나르디에와 둘째 딸 아젤마가 결혼행렬에서 장발장을 보고 누구의 결혼행렬인지 알아본다.
3. 장발장이 고민 끝에 마리우스에게 자기가 죄수 ‘장발장’임을 밝힌다. 마리우스는 죄인인 장발장에게 혐오와 두려움을 느낀다. 하루에 한 번 장발장이 코제트를 찾아오는 것은 허락하지만 집 안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마리우스는 그를 만나러 나와 보지도 않는다.
4. 장발장이 코제트와 점점 거리를 두다가 어느 날부터는 아예 찾아오지 않는다. 코제트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장발장을 찾아오지는 않는다.
5. 코제트를 잃은 장발장은 몸이 점점 약해진다.
6. 테나르디에가 마리우스를 찾아와 장발장이 어떤 인물인지 말하며 그 사실을 비밀로 묻는 대신 돈을 요구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마리우스는 자기를 혁명 현장에서 구해준 사람이 장발장임을 알게 된다.
7.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데리고 장발장을 찾지만 장발장은 이미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이다.
8. 마리우스가 장발장에게 용서를 구하고,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유서를 건네고 죽는다.

 소설 속에서 장발장이 죽는 과정은 코제트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그에게 유일한 사치이자 행복이었고, 그가 사는 유일한 이유였던 코제트를 잃은 이후 그는 눈에 띄게 시름시름 앓는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그에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사람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는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마리우스는 그에게 깊은 혐오를 느낀다.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이지만 그가 죄인이라는 사실 앞에 그를 외면하는 것이다.
 
마리우스 그 장발장!
뭘 해야 돌이킬 수 있을까?
떠나지 마세요
그 어떤 말을 해도 코제트는 믿지 않을걸요
 
장발장 멀리 여행 떠난 걸로 해두게
아주 먼 여행
마음 아파 인사도 못 했다
그리 전해주게
코제트는 절대 몰라야 한다네
 
마리우스 원하시면
 
장발장 내가 누군지, 왜 가는지
 
마리우스 코제트 위해서라면, 그리하죠!

Les Miserables 'One Day More'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오히려 떠나려는 그를 붙잡으며 먼저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도 장발장이다. 소설에서 점차 발걸음을 끊었던 것과 달리 여행을 떠났다고 전해달라며 바로 발걸음을 끊어버린다. 장발장이 죽는 장면에서도 그가 죽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 죽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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