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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뮤지컬 사이 서사변화 : 레미제라블 중심으로

by Glad soomy 2023. 3. 23.

1. 서사 축소 - a. 인물 소개

 소설에 비해 뮤지컬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매우 많다. 제한된 제약 안에 완성도 있는 서사를 집어넣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특히 인물 소개에 관한 부분에서는 거의 모든 서술이 생략되어 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에서 한 인물을 등장시키기 위해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일대기를 서술하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사건을 통해 보여줄 뿐 아니라 서술자가 직접 그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한다.
 뮤지컬에서는 특정한 서술자가 없기 때문에 서술자가 인물에 대해 소설에서처럼 길게 설명해 줄 수 없는 대신 배우가 등장해 관객에게 인물을 직접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인물에 대한 묘사가 뮤지컬에 와서 완전히 생략되었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 특별히 테나르디에 부부의 경우에는 생략되었다기보다는 서술자의 진술 방식에서 직접 보여주기로 변했다고 보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그러나 주교나 마리우스, 코제트 같은 경우에는 인물에 대한 많은 진술이 생략되어있다.

레미제라블 속 등장인물

1-1. 서사 축소 - 미리엘 주교

 소설은 미리엘 주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 장 전체가 주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것을 통해 주교가 얼마나 사랑과 자비로 가득한 인물이며 사랑과 자비, 용서가 어떤 의미인지 매우 길게 서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뒤에 와서 주교가 은식기와 촛대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할 때 독자들은 그 용서와 자비가 어떤 의미인지 매우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미리엘 주교가 어떤 인물인가 보다는 ‘주교’라는 직업에 의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리엘이 자비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주교’라면 사랑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대중적인 인식에 의지해 인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1-2. 서사 축소 - 질노르망씨

 두 번째로 빅토르 위고는 마리우스를 등장시키기 위해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서술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질노르망씨는 왕당파이다. 그러나 아버지인 퐁메르시 대령은 워털루 전투에까지 참여했던 보나파르트파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왕당파 밑에서 자란 마리우스는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후 할아버지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왕당파에서 보나파르트파로 사상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후 ABC의 벗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사상이 흔들리게 되고 공화당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그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행동하는 인물이기보다는 사색하는, 몽상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로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며 사색에 잠긴 모습이 더 많이 그려져 있다. 서술자가 직접 그는 몽상가라고 서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처음부터 ABC의 벗들과 한 무리로 나오며 사색에 잠긴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뮤지컬 서사에서 전체적으로 삭제된 워털루 전투에 대한 이야기와 마리우스의 가정 사정은 서사의 큰 줄기에서 벗어난 곁가지들과 같아서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위해 잘라내졌을 것이다. 그런 모든 사정을 담기에 세 시간은 너무 짧다.

 

1-3. 서사 축소 - 코제트

 또 코제트에 대한 내용도 생략된 부분이 있다. 소설에서도 코제트는 사건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이끌려가는 인물에 가깝지만 그래도 코제트의 입장에서 장발장이나 마리우스에 관해 서술된 부분들이 있다. 코제트가 처음 장발장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 장발장의 사랑을 받아 자라며 어느 날 갑자기 예뻐진 것, 마리우스에 대한 감정, 마리우스와의 결혼 이후 갑자기 자기를 멀리하는 장발장에 대한 감정 등이 그렇다. 다른 인물만큼 생략된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장발장에게 과거에 관해 묻는 장면과 마리우스와 A Heart Full Of Love를 부를 때를 제외하면 코제트는 소설에서보다 뮤지컬에서 비중이 더 작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에포닌에겐 솔로까지 있었던 데 반해 코제트에겐 솔로 한 곡 없었던 것을 보면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1-4. 서사 축소 - 팡틴

 팡틴의 솔로곡 I Dreamed A Dream은 2권에 나와 있는 팡틴의 젊은 날의 서사를 모두 압축해서 담고 있다. 친구들이 있고, 직업이 있고, 사랑하는 애인도 있었다. 그들과 소풍을 갔다가 남자들에게 이별을 선고받는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팡틴에게는 아기가 있었고, 팡틴은 아기의 아빠와 미래에게 모두 배신당한 상처로 아파한다. I Dreamed A Dream은 이 부분과 장발장의 공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팡틴의 마음을 노래한다. 소설 속에서 길고 길었던 그녀의 서사가 압축되어 한 곡 안에 모두 담긴 것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1-5. 서사 축소 - 그 외의 인물들

 이 외에도 ABC의 벗들, 가브로쉬를 빼고는 거의 모든 인물이 생략되었다. 마뵈프 영감, 쿠르페락ㅡABC의 벗들에게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설에선 마리우스와 친한 사이였지만 뮤지컬에선 개인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 질노르망씨, 포슐르방 영감은 뮤지컬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첫째로 그들과 관계된 서사가 생략되었기 때문이고,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기보다는 한정된 인물들로 사건을 진행해 관객들이 그 자리에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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