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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장르에 따른 서사 변형

by Glad soomy 2023. 3. 24.

1. 서사 변형 - d. 테나르디에 – 마리우스

 마지막으로 비교할 부분은 테나르디에와 마리우스의 관계가 변한 것과 관계있는 서사이다. 소설 2권은 워털루 전투로 시작된다. 워털루 전투에 대한 묘사 끝에 1815년 6월 18일의 밤 시체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한 사나이가 나온다. 그가 시체 더미 속에 펼쳐진 손에서 금반지를 발견하고는 자기가 챙긴다. 그러곤 시체를 끄집어내어 그늘 속으로 끌고 갔다. 시체는 장교인 듯했다. 사나이는 장교의 옷에서 훈장을 떼어내고 그의 회중시계와 지갑도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그때 갑자기 장교가 눈을 뜨고 “고맙소.”라고 말한다. 잠시 기절했던 장교는 사나이의 거친 손길에 깨어난 것이었다. 그는 사나이가 자기를 구해준 것으로 착각한다. 이 장교가 마리우스의 아빠인 퐁메르시 대령이고 사나이는 테나르디에이다.

레미제라블 등장인물 서사


2. 소설에서 마리우스와 테나르디에 관계

 왕당파인 마리우스의 할아버지 질노르망은 보나파르트파인 퐁메르시를 ‘루아르강의 불한당’이라고 부르며 완전히 무시했다. 아들을 만난다면 그에 대한 모든 상속권을 박탈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퐁메르시와 마리우스는 만나볼 수도 없었다. 마리우스 또한 자라며 자기에게 아버지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다만 집안의 분위기에 물들어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에 대해 수치와 고통만 느낄 뿐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아프다는 편지를 받은 마리우스가 퐁메르시 대령을 찾아가게 되는데 마리우스가 도착했을 때 퐁메르시는 이미 죽은 후였다. 마리우스에게 남은 것은 자기의 작위를 취하하는 것과 워털루 전투에서 테나르디에라는 상사가 나를 구해주었으니 그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라는 내용의 유서뿐이었다.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마리우스는 그에 대해 아무런 공경심도, 슬픔도 느끼지 않고 대령의 모든 것을 팔아 처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자기를 보기 위해 이삼개월마다 몰래 미사를 드리러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와 동시에 자기의 아버지를 워털루 전투에서 구해주었다는 테나르디에 상사에 대한 고마움과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후에 고르보누옥에서 테나르디에가 장발장을 위협할 때 자기 옆집에 살던 남자가 아버지를 살려준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도와야 할지, 아버지의 은인을 도와야 할지 갈등하게 된다.
 혁명 후에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해 하수도를 통과할 때 테나르디에가 챙긴 것은 마리우스가 입고 있던 옷자락이었고, 처음부터 장발장을 알아보고 그를 협박할 생각으로 챙긴 것이었다. 결혼을 마친 마리우스를 찾아가 그 장인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리며 증거로 그때 챙긴 옷자락을 내민다.


3. 뮤지컬에서 마리우스와 테나르디에 관계

 뮤지컬에서는 위의 서사가 대부분 삭제되어있다. 마리우스에게 테나르디에는 에포닌의 아빠이자 그냥 사기꾼일 뿐이고, 그와 장발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은 없다.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다 하수도에 쓰러졌을 때 테나르디에가 챙긴 것도 옷자락이 아니라 반지이다.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반지를 챙겼었는데, 뮤지컬에 와서는 그것이 마리우스의 것으로 변했다.
 레미제라블 스토리에서 장발장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구성적 서사라면 마리우스와 테나르디에 사이의 이야기들은 보충적 서사에 가깝다. 이것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변한다고 스토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보충적 서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구성적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충적 서사가 다르다면 그것들은 충분히 다른 이야기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기리에 방송 되었던 슈퍼스타K와 보이스 오브 코리아를 소설로 쓴다면 이 둘의 구성적 서사인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참가자들의 사연이 크게 부각되고 시청자의 투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지만 보이스 오브 코리아는 외모보다는 목소리로 먼저 선정하고 팀을 나눠 참가자들 간 경선을 이루어지는 부분이 다르다. 이것들이 이야기를 다르게 하는 보충적 사건이다.
 레미제라블의 중심을 이루는 구성적 사건은 장발장이 죄인에서 성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마리우스, 퐁메르시, 테나르디에에 관련한 사건들은 이 구성적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 이러한 사건들은 마리우스가 사상적 변화를 겪으며 집을 나갔다가 코제트를 만나게 하고, 고르보누옥에서 테나르디에가 장발장을 위협할 때 마리우스가 누구를 도와야 하나 갈등하고, 결국 자베르에게 잡힌 테나르디에 가족이 감옥에 갔다가 그 아내가 죽고 테나르디에가 탈옥한 후 하수구로 들어가는 내용들과 관련되어 있다. 만약 워털루 전투에서 테나르디에와 퐁메르시가 만나지 않았다면 사건을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레미제라블과 워털루 전쟁


4. 서사 변형이 일어난 이유

 뮤지컬에 워털루 전투에서 한 이야기까지 담기에는 시간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낭비가 크다. 마리우스가 테나르디에를 아버지의 은인으로 생각하게 하도록 굳이 오래전 이야기인 워털루 전투에까지 이끌어 올 필요는 없었다. 뒤에 가서 마리우스의 사상적 변화와 고르보누옥에서의 사건 같은 것들이 생략되었으니 처음부터 마리우스와 테나르디에의 관계를 설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장대한 서사가 생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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