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원작 소설을 새로운 매체로 바꿔 쓰기

by Glad soomy 2023. 3. 22.

1. 서론 - 각색, 바꿔쓰기 그리고 재창작

 영화제작자가 소설을 각색하는 일에 대해 조지 블루스톤 George Bluestone은 각색이 아니라 바꿔쓰기라고 말하였다. 각색된 영화는 기존 소설을 번역한 게 아니라 자기의 이름으로 만든 새로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웹툰이 영화화되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과거「성균관스캔들」, 「해리포터」, 「나니야연대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소설도 영화화, 드라마화 되어 많은 대중의 인기를 받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너무 원작에 충실했다는 평을 「눈먼 자들의 도시」나 「향수」,「성균관 스캔들」처럼 원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도 많이 있다. 원작이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해서 그것을 각색한 새로운 작품도 반드시 훌륭한 것은 아니고, 원작이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해서 새로운 작품도 그 인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작을 각색한 것들은 제작자가 만든 새로운 작품이고, 그러므로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평가도 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와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만화와 영화, 소설과 연극, 영화와 드라마 등의 사이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다. 원작에 너무 충실해도 문제가 되고, 그렇다고 너무 재창작에만 충실해도 환영받지 못한다. 원작에만 충실할 경우에는 재창작되는 매체에 어울리지 않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같고, 후자의 경우에는 원작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없거나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 되어 원작을 각색하는 일 자체가 의미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각색, 바꿔쓰기, 재창작

1-1. 연구목적 - 원작소설을 뮤지컬 매체로 각색할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원작과 그것을 새로운 매체로 각색한 작품들 사이의 비교를 통해 구체적으로 매체 간 각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들과 원작 소설들의 각색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았다. 뮤지컬은 공연을 직접 하는 행위자와 공연을 보는 관객의 공감과 느낌이 중요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이다. 이러한 점은 영화나 TV 등의 영상매체와는 다른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뮤지컬은 연극이나 무용 등과 같은 공연예술 중에서도 철저히 대중 지향적인 공연을 하며 흥행과 수익에도 민감하다. 따라서 관객의 취향과 기호를 맞추고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며 테크닉 면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그만큼 뮤지컬은 다른 공연 예술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다.
 이처럼 뮤지컬은 비록 대중적인 소재와 내용의 스토리를 지향할지라도 표현력의 완성도만큼은 예술적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고, 다른 기초 공연 예술들을 기반으로 그 모든 장르를 통합하고 발전시키며 대중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연 예술이기에 뮤지컬을 선택해 연구하였다.

 

1-2. 연구방법 - 원작소설과 뮤지컬 매체 간 변화를 연구하는 방법

 연구를 진행하며 등장인물들과 스토리와 서사, 서사 담화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먼저 스토리, 서사, 서사 담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같은 스토리가 각 매체의 서사 담화 특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았다. 그다음 소설에서 뮤지컬로 각색될 때 등장인물 간의 변화된 관계를 분석하고 개인적으로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는 인물들을 추가로 분석했다. 또한 스토리가 다른 매체, 즉 다른 서사 담화를 만났을 때 서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고 두 서사 간의 차이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그런데 뮤지컬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여 각색했고, 뮤지컬은 원작을 모티브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각색되었다. 이렇게 두 작품이 각색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사를 비교할 때 각각의 작품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였다.
 연구 대상으로는 연구 기간에 볼 수 있는 뮤지컬들 중 레미제라블과 스칼렛 핌퍼넬를 선택했다. 우선 원작 소설을 읽고 뮤지컬을 본 후 두 장르 간에 나타난 서사와 인물의 차이를 정리하였다.

레미제라블 뮤지컬 포스터

2. 본론 - 스토리, 서사, 서사 담화

 소설의 층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학자 사이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되어왔다.
 포스터 E.M.Forster는 『소설의 양상』에서 스토리를 플롯과 비교하여 설명했다. 스토리는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된 것, 플롯은 인과관계에 따라 서술한 사건이라고 하였다. 스토리는 1-2-3-4일지라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플롯은 3-1-2-4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리몬케넌 Shlomith Rimmon-Kenan은 『허구적 서사』에서 소설을 스토리, 내레이션, 텍스트로 나누어 설명했다. 스토리는 다시 사건과 인물로 나누고, 텍스트는 시간·성격 창조·초점화, 내레이션은 수준·목소리·대화 재현으로 나누었다. 리몬 케넌의 설명에 따르면 스토리는 텍스트에 서술된 사건들이 시간적 순서에 따라 재구성된 것이며 텍스트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행위기능을 하는 담화이다. 따라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층위는 스토리이고 독자는 스토리를 직접 볼 수 없다. 독자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텍스트 층위이며 여기에서 캐릭터의 캐릭터화 characterization이 이루어진다. 같은 캐릭터라도 텍스트가 다르다면 다르게 캐릭터화되는 것이다. 텍스트에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하는 초점화도 포함이 되어있다. 
 채트먼에 따르면 스토리는 서사물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이고 담화는 서사물의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다. 리몬케넌의 설명과 같이 스토리는 독자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고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어떤 형식과 표현이던 스토리가 표현되는 것이 담화가 되는 것이다. 
 위의 내용들을 소설에만 국한해 적용하지 않고 뮤지컬이나 다른 장르에까지 적용해 소설과 뮤지컬의 층위 구분 기준을 ‘스토리-서사-서사 담화’로 정리했다. 스토리는 서술된 사건의 시간적 배열이고 서사는 텍스트 층위에서 나열된 사건의 배열이며 서사 담화는 소설에서는 텍스트, 만화에서는 이미지와 대사, 영화에서는 이미지·대사·음향 등과 같은 표현으로 보았다.
 레미제라블과 스칼렛 핌퍼넬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각각 같은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서사를 보인다. 표현 매체의 특징에 따라 서사가 변화한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