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토리, 서사, 서사담화란?
소설의 층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학자 사이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되어왔다.
포스터: 스토리, 플롯 / 리몬케넌: 스토리, 네레이션, 텍스트
포스터 E.M.Forster는 『소설의 양상』에서 스토리를 플롯과 비교하여 설명했다. 스토리는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된 것, 플롯은 인과관계에 따라 서술한 사건이라고 하였다. 스토리는 1-2-3-4일지라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플롯은 3-1-2-4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리몬케넌 Shlomith Rimmon-Kenan은 『허구적 서사』에서 소설을 스토리, 내레이션, 텍스트로 나누어 설명했다. 스토리는 다시 사건과 인물로 나누고, 텍스트는 시간·성격 창조·초점화, 내레이션은 수준·목소리·대화 재현으로 나누었다. 리몬 케넌의 설명에 따르면 스토리는 텍스트에 서술된 사건들이 시간적 순서에 따라 재구성된 것이며 텍스트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행위기능을 하는 담화이다. 따라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층위는 스토리이고 독자는 스토리를 직접 볼 수 없다. 독자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텍스트 층위이며 여기에서 캐릭터의 캐릭터화 characterization이 이루어진다. 같은 캐릭터라도 텍스트가 다르다면 다르게 캐릭터화되는 것이다. 텍스트에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하는 초점화도 포함이 되어있다.
채트먼에 따르면 스토리는 서사물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이고 담화는 서사물의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다. 리몬케넌의 설명과 같이 스토리는 독자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고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어떤 형식과 표현이던 스토리가 표현되는 것이 담화가 되는 것이다.
위의 내용들을 소설에만 국한해 적용하지 않고 뮤지컬이나 다른 장르에까지 적용해 소설과 뮤지컬의 층위 구분 기준을 ‘스토리-서사-서사 담화’로 정리했다. 스토리는 서술된 사건의 시간적 배열이고 서사는 텍스트 층위에서 나열된 사건의 배열이며 서사 담화는 소설에서는 텍스트, 만화에서는 이미지와 대사, 영화에서는 이미지·대사·음향 등과 같은 표현으로 보았다.
레미제라블과 스칼렛 핌퍼넬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각각 같은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서사를 보인다. 표현 매체의 특징에 따라 서사가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과 뮤지컬의 서사 담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2. 소설 특징
소설의 서사 담화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에 의존한다. 가장 먼저 텍스트는 서술자에 의해 재진술된 것이다. 따라서 독자가 서술자를 신뢰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서술자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서술 또한, 즉 그 텍스트의 내용 또한 신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서술에는 등장인물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직접화법,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말을 변화하여 진술한 경우에는 간접화법이 사용된다. 화법뿐 아니라 사고(思考)에서도 직접 사고와 간접사고가 사용된다. 서술되는 내용은 간접이던 직접이든 간에 서술자에 의해 선택된 것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서술하느냐에 따라 그 강조점이 달라진다. 서술자도 흔히는 삼인칭, 일인칭 서술자로 나뉘지만 자세히는 스토리 외부·내부/동종·이종 각 4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이것은 초점화와 관계있는 부분으로 ‘누가 말하느냐’와 분리되어 ‘누가 보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독자들은 사건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을 통해 사건을 보기 때문에 이 또한 소설의 서술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채트먼의 ‘시간 논리 CHRONO-logic’에 따르면 서사는 ‘외적으로’ 시간을 통과하는 운동과 ‘내적으로’ 시간을 통과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전자는 담화에 관련된 것이고 후자는 스토리에 관련된 것이다. 담화에서 정보를 얻을 때 우리는 그것을 스토리 상으로 재정리한다. 따라서 두 시간은 서로 다른 길이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스토리 시간은 1분인데 담화가 진행되는 시간은 1시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토리 시간은 하루인데 담화는 1분 만에 끝날 수도 있다. 또 담화가 진행되는 시간과 관계없이 스토리는 뒤죽박죽으로 섞이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소설은 텍스트 위에서 이루어진다. 스토리상 시간의 제약이 없고, 담화가 진행되는 시간에도 거의 제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를 압축하고, 확장하고, 묘사하는데도 자유롭다. 반대로 독자도 소설을 읽는데 시간의 제약이 없다. 읽다가 중간을 뛰어넘고 끝으로 갈 수도 있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뒤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스토리 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다시 돌아가거나, 뛰어넘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담화는 언제나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소설은 원고지 7~80매의 단편부터 1,000매 이상의 장편까지 스토리, 담화의 시간적 제약은 물론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 사건을 이끌어 가는 인물 등에 관련한 제약이 거의 없다. 출판업의 발달과 자본주의 시장의 확장으로 현재 소설도 시장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누구나, 어디에서든 창작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폭넓은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가의 의도가 보다 자유롭게 반영되어 매우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3. 뮤지컬 특징
전문서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요소는 바로 노래(음악)와 춤, 극(드라마)이다. 이를 뮤지컬의 3대 요소라 하는데, 이를 토대로 다시 뮤지컬을 정의하면 노래와 춤이 극을 끌고 가는 공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은 텍스트에 의한 묘사보다는 시각이미지나 청각 효과 등에 더욱 의지한다. 소설에서는 서술자의 진술에 의지해서 등장인물이나 장소 등을 상상해야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인물, 장소 등이 눈앞에 있는 무대에 직접 등장한다. 관객들은 인물의 행동, 표정, 대사, 목소리 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연출 된 무대를 통해 장소를 보게 된다. 또한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공간에서 극을 이어가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소설과는 달리 뮤지컬은 한 곡의 노래와 춤으로 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은 소설과 달리 특정한 서술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관객의 서사를 보는 시점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조명의 변화를 통해 관객의 주의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다.
뮤지컬의 3대 요소 중에서도 음악은 대본과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뮤지컬 음악은 노래 가사와 노래의 형식 등을 통해 극의 전체 분위기와 배경, 등장인물의 감정 등을 표현한다. 뮤지컬의 대본이 극의 스토리 전체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뮤지컬의 음악은 대본의 지문과 대사를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한 것이다. 뮤지컬 작가는 대본에서 어떤 부분에 어떤 분위기, 어떤 종류의 노래를 넣을 것 인가에 대해 정하고 작곡가에게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대중성과 흥행성을 중시하는 뮤지컬에서 춤은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은 음악과 춤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장르이므로 복잡한 이야기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가 대부분 단순하며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뮤지컬은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돌아본 비참한 민중의 삶, 신념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뮤지컬은 ‘낮에는 화려한 한량 영국 귀족으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 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으로 활동한 두 얼굴의 히어로, 스칼렛 핌퍼넬’ 로 요약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가 바로 뮤지컬의 스토리에 적합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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