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칼렛 핌퍼넬 인물 분석 - 쇼블랑
쇼블랑이 프랑스 혁명은 정당하고 옮은 것이라는 그의 신념을 갖고 스칼렛 핌퍼넬을 쫓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소설에서나 뮤지컬에서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위의 변화한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쇼블랑은 그 캐릭터의 내면적 이미지(성격)가 그나마 가장 많이 바뀐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체격이 자그마하고 그다지 인상적인 외모가 아닌 상대를 마그리트는 반가운 눈빛으로 살피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쇼블랑은 서른보다는 마흔에 가까웠고, 쑥 들어간 눈에 호기심 많은 여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약삭빠르고 명민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스칼렛 핌퍼넬, 89p)
소설에서는 쇼블랑이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약삭빠른 스파이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쇼블랑이 매력적이고 남성적인 인물로 나온다. 가볍고 외모에 관심 많은 한량인 퍼시와는 대조적으로 남성적 매력이 돋보이는 쇼블랑의 설정을 통하여 ‘퍼시-마그리트-쇼블랑’의 삼각관계가 고조되었으며 이를 통해 뮤지컬에서 쇼블랑의 비중 또한 더 커지게 되었다.
2. 스칼렛 핌퍼넬 등장인물 - 마그리트
소설 자존심 센 여자 아르망을 위해 드생시르 고발
뮤지컬 아르망을 위해 직접 떠남 사랑 부각 서사 낭비 없이 압축적으로 사랑 표현
난 너를 잊을 거야 상처 있고 연약한 여인으로
3. 스칼렛 핌퍼넬 등장인물 - 그 외의 인물들
3-1. 아르망
소설에서 아르망은 마그리트의 오빠로 나온다. 아르망에 대한 마그리트의 애정은 지극히 깊고 각별했다. 그랬기 때문에 오빠가 남자로서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해 보복하기도 했으며 쇼블랑이 귀족들을 구하러 프랑스에 간 아르망을 인질로 마그리트에게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를 밝히라고 할 때도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그리트는 오빠를 구하고 싶었고 동시에 자신 때문에 위기에 빠진 남편(스칼렛 핌퍼넬)에게 위험을 알려주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그리트는 오빠를 직접 구하러 가기보다는 남편에게 오빠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었고 그 후 오빠를 구하러 간 남편에게 위험을 알려주러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그러나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아르망이 마그리트의 동생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소설과는 달리 마그리트가 직접 아르망을 구하러 간다는 뮤지컬의 설정으로 인해 오빠보다는 동생이 더 잘 어울렸기 때문인 듯하다.
3-2. 수잔(마리)
소설에 등장하는 수잔은 스칼렛 핌퍼넬의 도움을 받아 영국으로 망명한 프랑스 귀족이다. 그녀는 마그리트와 옛 친구이기도 하며 마그리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뮤지컬에서는 소설 속 수잔이라는 캐릭터가 마리라는 인물로 표상된다고 볼 수 있다. 마리 또한 스칼렛 핌퍼넬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인물이며 마그리트와도 우호적 관계이다.
수잔과 마리 두 인물 모두 스칼렛 핌퍼넬의 도움을 받은 인물로 스칼렛 핌퍼넬의 활약을 독자와 관객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적 역할을 맡는다.
그렇지만 소설 속 수잔이라는 캐릭터가 마리라는 캐릭터로 그대로 표상된 것은 아니다. 마리는 스칼렛 핌퍼넬의 정체를 알고 있고 후에 프랑스에서 퍼시와 쇼블랑의 대결 때 스칼렛 핌퍼넬에 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적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와 수잔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4. 스칼렛 핌퍼넬 뮤지컬과 소설 사이 서사 변화
앞서 살펴본 ‘레미제라블’과 달리 ‘스칼렛 핌퍼넬’은 소설과는 많이 다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2부에 가서는 소설을 모티브로 해서 창작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예 다른 이야기에 가깝다. 따라서 ‘레미제라블’과 같이 뮤지컬이 소설에 비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 두 서사가 공유하고 있는 스토리의 구성적 서사를 중심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보았다. 다만 뮤지컬과 소설의 뒷부분은 거의 다른 서사에 가깝기 때문에 스토리의 구성적 서사를 중심으로 하되 뒷부분은 두 서사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이렇게 정리한 ‘스칼렛 핌퍼넬’의 구성적 서사는 다음과 같다.
1. 마그리트와 퍼시 사이의 오해
2. 스칼렛 핌퍼넬 결성과 활약
3. 무도회장
-쇼블랑의 협박
-퍼시와 마그리트의 오해 풀림
-퍼시와 쇼블랑의 만남
4. 스칼렛 핌퍼넬의 절정과 결말
4-1. 서사 - a.마그리트와 퍼시 사이의 오해
소설과 뮤지컬에서 모두 마그리트가 드 생 시르 후작을 고발하는 사건이 나온다. 이 사건은 마그리트와 퍼시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러나 소설과 뮤지컬에서 이 사건의 이유와 과정은 다르게 나온다.
먼저 소설에서 마그리트가 드 생 시르 후작을 고발한 이유는 오빠 아르망에 대한 사랑과 복수 때문이었다. 소설에서 반복되는 대로 마그리트는 어렸고, 착각하고 있었으며, 충동적이고, 생각이 깊지 않았다. 아르망이 귀족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이 위험해 질 때까지 채찍질을 당했던 것 때문에 마그리트는 드 생 시르 가문이 프랑스 혁명에 반역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것을 고발한 것이었다. 자기가 내뱉은 말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마그리트는 그 가족이 단두대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써 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혁명운동을 지휘하던 동료들은 마그리트를 영웅이라고 불렀지만 마그리트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 마그리트가 드 생 시르 후작을 고발한 이유는 다르다. 마그리트의 공연 중에 찾아와 공연을 중단시킨 쇼블랑은 마그리트에게 네가 드 생 시르 후작에 대해 틀린 정보를 주었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달라고 요구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그리트의 과거에 대해 퍼시에게 이야기하겠다는 협박에 퍼시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그리트는 쇼블랑에게 정보를 넘긴다. 쇼블랑은 그가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드 생 시르 후작은 결국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런데 드 생 시르 후작은 퍼시가 보호하던 중이었다. 결혼식 날 친구를 통해 드 생 시르 후작이 단두대에 보내졌으며 그것이 마그리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퍼시는 마그리트에게 깊은 배신감과 실망을 느낀다. 이후 퍼시는 마그리트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그녀와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에서 퍼시가 마그리트에게 실망한 이유는 조금 더 복잡하다. 뮤지컬에선 그녀가 배신했다는 생각에 홀로 실음에 빠지며 마그리트는 퍼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소설에선 퍼시가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사실을 들은 뒤 마그리트가 결혼식에서 퍼시를 포함한 몇 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한다.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를 했다고 나와 있다. 당시 스칼렛 핌퍼넬로 활동 중이던 퍼시는 자기의 아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에 무도회가 끝난 후 집에 돌아와 나눈 마그리트와의 대화를 보면 퍼시가 단순히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는 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부인. 내 기억력이 짧다고는 말씀드렸지만, 후작이 죽었던 당시에 시끄러운 소문에 대해 해명해달라고 당신에게 간청한 일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 기억이 날 속이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그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내 사랑에 굴욕스러운 충성을 요구했을 뿐이었지요.”
... 중략...
“사랑과 정열도 가득했던 나는 아무런 해명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의심도 하지 않고 적어도 한 가지 해명은 해주리라 기다리며 바랐을 뿐이죠. 당신이 한마디만 해주었더라면 어떤 해명이든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끔찍한 사실을 확인해준 것 말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버렸습니다. 당당히 오빠의 집으로 돌아가 나를……, 몇 주나 혼자 내버려 두었죠. 나의 유일한 환상을 이루었던 빛이 산산이 깨져서 바닥에 뒹구는 와중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지 못했던 나를 말입니다.”
마그리트는 자존심이 센 여자였다. 그녀는 아르망에게 퍼시에게 자기가 드 생 시르 후작의 체포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그이는 다른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너무 늦게 털어놓은 모양이에요. 상황을 참작해 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어요. 변명하겠답시고 구차하게 굴 수 없었어요.”
퍼시가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한 해명을 간청했을 때도 마그리트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그에게 자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요구했다. 단 한마디 해명도 없이 퍼시를 떠나 오빠의 집으로 가버렸다. 마그리트는 떠나자마자 자기의 쓸모없는 자존심을 후회했지만 이미 퍼시의 마음은 돌아선 후였다.
“다시 내가 사랑에 빠져서 당신의 발치에 엎드리면, 귀찮은 강아지처럼 걷어차는 즐거움을 맞보려는 겁니까?”
이 대사를 통해 퍼시가 당시 상황으로 인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 수 있다. 뮤지컬에서는 퍼시와 마그리트의 오해가 서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소설 속에서는 마그리트의 자존심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만 뒤에 가서 퍼시와 마그리트의 오해가 풀리는 장면에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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