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속 레미제라블 인물 구도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
앞선 포스팅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이렇게 소설에서는 코제트에 대한 장발장의 마음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많이 사라진다. 그가 코제트로 인해 느끼는 기쁨들마저 간간이 등장한다. 또한 그가 코제트에 대해 느낀 불안감과 갈등이 많이 사라졌다. 소설에서 장발장은 자기 집을 알아낸 마리우스를 피하기 위해 이사를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그 서사가 자베르라는 위험을 감지하고 이사를 하는 것으로 변형된다. 또한 소설에서 장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행복에 자신이 끼어들어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죄수였던 자신을 숨기고 그들의 행복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자기의 구할 길 없는 추락을 자기 자신이 완성할 것인지. 그가 내린 결론은 아름다운 두 젊은이에게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하고 코제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죄수인 자신으로부터 코제트를 멀리하기 위해 그녀를 ‘코제트'가 아닌 ‘부인'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그 후 그는 홀로 떠나 코제트를 그리워하다가 그녀와 마리우스를 다시 만난 후 죽는다.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장발장의 갈등이 나타나 있지 않다. 그는 그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코제트에게 비밀로 해달라며 털어놓고 떠난다. 그 후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의 품에서 죽는다.
소설에서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여관에서 학대당하다 장발장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 만난 장발장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과 신뢰감을 갖는다. 또한 그의 옆에 설 때면 자기가 하느님 옆에 있다고 느낀다. 그녀는 장발장을 만나기 이전에 느끼려고 노력했으나 그녀를 뿌리쳤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기 시작한다.
레미제라블 2권 232p
그러므로 첫날부터, 그녀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이 노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환희를 느꼈다.
노인은 더 이상 그녀에게 늙었다거나 가난하다는 인상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장발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 누추한 집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후 코제트는 자라서 어릴 때와 다르게 예뻐진다. 어느 날 갑자기 예뻐진 코제트는 자기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장발장과 뤽상부르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 마리우스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를 곁눈질하며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마리우스는 매번 공원에서 마주치던 코제트를 보고 어느 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실 이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딱히 아무런 주의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애정이 생겨 사랑하게 된 것이다. 반면 뮤지컬에서 이 둘은 길에서 마주친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2.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의 인물 구도 (코제트, 마리우스, 에포닌)
이에 반해 뮤지컬에서는 앞서 소설에서 말했던 장발장과의 관계가 사라지고 에포닌의 감정이 더 부각되어 나타난다. 동시에 코제트가 중심이 아닌 마리우스 중심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 물론 소설에서도 에포닌-마리우스-코제트 삼각관계가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소설은 전체에 걸쳐서 코제트에 대한 장발장의 마음과 코제트-마리우스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리우스에 대한 에포닌의 감정은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뮤지컬 속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이 단순화되고 생략되며 코제트에 대한 장발장의 사랑은 축소되었다. 또 에포닌이 솔로를 부르는 부분을 추가해 에포닌이라는 인물과 그 감정을 확대했는데 이는 마리우스에 대한 에포닌의 감정을 확대함으로 세 인물의 관계와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소설에서는 옆 방에 사는 가난한 여자가 마리우스를 혼자 짝사랑한 내용이 뮤지컬에서는 더욱 절절하고 애틋하게 느껴져 에포닌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관객들은 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관객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복잡하고 미묘했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 쉽게 되었다.
코제트는 길에서 마리우스와 부딪히는 데 그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뮤지컬 넘버 : 마리우스
코제트 어쩜,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어쩜, 어느새 날 사로잡은 사랑
왜 이리 설레니, 코젯
첫걸음 한 아기처럼
(…)
그대 날 보나요
그도 내 맘처럼
이리 설렐까
내 삶은 더는 혼자가 아니야
내게 찾아온 사랑
날 봐요, 나 여기
마리우스는 처음 본 코제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에포닌에게 코제트의 집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마리우스: 그 애! 누구일까?
(…)
마리우스: 에포닌, 찾아줄래?
에포닌: 대신 뭐 해줄래?
마리우스: 뭐든지!
에포닌: 뭐야, 들떠가지구
네 눈에 그 애 가득해
아주 좋아 죽네요
난, 돈 달란 말 안 했어
마리우스: 에포닌, 부탁할게.
어디에 사는지
너희 아빠 몰래
살짝 알아봐 줘
그녈, 못 찾음 어쩌나
에포닌: 그래, 말했잖아
알 만큼은 알아
에포닌, 너는 해줄 거지
그 후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에포닌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코제트는 이사를 하게 되고 마리우스는 혁명에 참여하게 되어 둘이 또 한 번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장발장의 도움으로 마리우스는 혁명에서 목숨을 구하게 되고 코제트와 결혼하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을 도와준 에포닌은 사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마음은 소설에서보다 뮤지컬에서 그녀의 독백으로 잘 드러난다.
뮤지컬 넘버: 에포닌
또다시 나는 혼자 갈 곳 없고 찾을 사람 없어
집 없이, 친구 없이 인사 나눌 그 아무도 없어
이제 깊어진 밤
난 알아 그가 내 곁에
때로는 모두 잠든 어둠 속에 홀로 걷는 길에
그 사람 생각이 나, 행복해져 함께 걷는 상상
이 도시 잠들면
나만의 세상이 깨어나
나 홀로
너와 함께한 상상
혼자서
너와 맞이한 아침
너 없이
널 안아주는 두 팔
나 길을 잃고 눈 감으면 네가 찾아오네
비 내려
거린 흔들린 은빛
가로등
어른거리는 강물
어둠 속에
나무들마다 별빛
그 언제라도 어디서나 너는 나와 함께
알아요, 모두 나의 상상
나만 홀로 말해, 그는 못~들어
못 본 체, 날 외면하지만
난 말해, 그게 우리야
사랑해
이 밤 다 지나가면
사라져
강물은 그저 강물
그 없인, 거리는 낯선 풍경
저 마른 나무 거리마다
나만 홀로 걷네
사랑해
매일 아침 눈뜨지만
평생을
그와 상상 속에 살아
날 두고, 그 혼자만의 세상
난 알지 못할 행복으로 가버리는 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지만, 나~ 홀~로~
에포닌은 그를 위해 코제트의 집도 찾아주고 그를 따라 혁명에도 참여한다. 에포닌은 코제트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마리우스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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