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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소설 사이의 서사 변화

by Glad soomy 2023. 3. 22.

1. 소설에서 뮤지컬로 장르변화가 일어날 때 나타나는 서사의 변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소설과 구성적 사건은 같지만 보충적 사건에 있어서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위 인물의 변화도 이제부터 볼 서사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레미제라블이 뮤지컬에 와서 서사적 변화를 보인 데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장르가 달라지면서 서사 담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소설을 기준으로 해서 확대, 축소, 변형 세 가지로 구분하였고 대표적인 사건 몇 가지를 가져와 비교해 보았다. 인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기에 아래 비교에서는 생략하였다.
‘확대’는 소설에 비해서 뮤지컬에서 더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자세하게 묘사된 부분이 포함된다. 약간의 변형이 포함되었더라도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고 그 변형이 크지 않은 경우 확대에 포함했다. ‘축소’는 그 반대로 소설에서는 자세하게 서술되었지만 뮤지컬에서는 생략되거나 비중이 작아진 부분들이다. 마찬가지로 약간의 변형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변형’은 소설에 비해서 뮤지컬 서사의 변화가 큰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사건이 생략되거나 아예 다른 이야기로 바뀐 것도 있다.
각 사건의 이름은 편의상 뮤지컬의 노래 제목으로 했다.

레미제라블 소설과 뮤지컬 장르 차이

2. 서사 확대 - a. Red & Black

 

쿠르페락은 마리우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사랑의 ...


 위 문장은 마리우스가 코제트와 연애를 시작한 후 그것을 쿠르페락이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내용이다. 총 6권짜리 소설에서 한쪽을 차지하지 못하는 적은 분량이며 마리우스의 사랑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 것도 쿠르페락 한 명뿐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마리우스는 뮤지컬에 비해서 소설에서는 ABC의 벗들과 그렇게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들을 만나 사상적 변화를 겪긴 했지만 혼자 공상하는 것을 더 즐겼던 마리우스는 행동가였던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코제트를 만난 후에는 혁명에 대한 생각은 거의 잊고 코제트와의 연애에만 온통 빠져버린다. 그러다가 코제트를 잃은 후 실의에 빠져 삶의 의미를 잃고 혁명에 참가하게 된다.

 그러나 뮤지컬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소설과는 다르다.
 
앙졸라: 이제는 우리의 정첼 밝힐 시간
정의로 살 건가
오페라처럼 살 것인가
자신에 물어라
각오는 돼 있나?
부잣집 학생들 놀이는 아닌가?
이 세상 색깔은 날마다 변해가
붉게
분노한 자의 피
검게
암흑시댄 가고
붉게
밝아오는 세상
검게
밤의 날들 끝나
 
마리우스: 그녀를 봤다면
너도 빠져들 걸
숨 막혀 아찔해
뼈가 타들어 갈 것 같지
그녀를 봤다면
바로 알게 될 걸
세상이 달라져
다르게 보였어
정의의 다른 면
악행의 다른 면
남자: 붉게
마리우스: 내 영혼이 불타
남자: 검게
마리우스: 그녀가 없다면
남자들: 붉게
마리우스: 그 색깔은 열정
남자들: 검게
마리우스: 그 색깔은 절망
 
 소설에서 잠깐 언급했던 부분인데 뮤지컬에서는 하나의 곡으로 나왔다. 일단 비중부터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소설에서와 달리 ABC의 벗들 모두가 마리우스를 설득하고 있다. 특히 ABC 벗들의 리더인 앙졸라의 대사는 마리우스에게 지금은 사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혁명이 중요한 것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대해 마리우스는 그녀를 본다면 너도 혁명보다는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단순히 마리우스가 혁명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것에 대해 염려하고 설득하는 내용이 아니다. 서사 전체적으로 점점 혁명을 향해가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사랑과 혁명 사이에서 마리우스가 갈등하기 전의 발단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충분한 지면을 통해 마리우스의 내면과 당시 상황을 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인물의 서사 변화와 사건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주변 이야기들을 Red&Black 안으로 끌어와 이 부분을 확대하며 이 안에 압축시켜 넣은 것이다.

 

3. 서사 확대 - b. On My Own

 On My Own은 에포닌이 부르는 솔로곡으로 마리우스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소설에서도 마리우스를 향한 에포닌의 마음이 표현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뮤지컬에서처럼 직접적이지는 않다. 마리우스와 코제트, 그리고 장발장의 입장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과 감정을 서술한 부분은 많지만 마리우스를 향한 에포닌의 감정을 에포닌의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을 찾아볼 수는 없다.

에포닌: 나 홀로
너와 함께한 상상
혼자서
너와 맞이한 아침
너 없이
널 안아주는 두 팔
나 길을 잃고 눈 감으면 네가 찾아오네
비 내려
거린 흔들린 은빛
가로등
어른거리는 강물
어둠 속에
나무들마다 별빛
그 언제라도 어디서나 너는 나와 함께
알아요, 모두 나의 상상
나만 홀로 말해, 그는 못~들어
못 본 체, 날 외면하지만
난 말해, 그게 우리야
사랑해
이 밤 다 지나가면
사라져
강물은 그저 강물
그 없인, 거리는 낯선 풍경
저 마른 나무 거리마다
나만 홀로 걷네
사랑해
매일 아침 눈뜨지만
평생을
그와 상상 속에 살아
날 두고, 그 혼자만의 세상
난 알지 못할 행복으로 가버리는 너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에포닌의 솔로곡까지 나오며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레미제라블 관객 중에는 On My Own에 깊이 공감하며 좋았다고 손꼽기까지 하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에포닌 솔로곡이 들어감으로 에포닌-마리우스-코제트의 삼각관계가 더욱 부각되고, 감정이 극대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상업성, 시장성 때문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부가적인 효과로 보더라도 앞서 인물들의 변화를 살펴보며 알아봤듯이 주변 인물들을 생략하고 주요한 인물들만 살려내며 캐릭터를 분명하게 만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이야기든지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고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이다. 레미제라블도 소설에 나오는 많은 인물을 생략하면서 오히려 남아있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4. 서사 확대 - c. Ampty Chairs At Empty Tables

 이 노래는 마리우스가 혁명이 끝난 후 ABC의 벗들과 함께했던 카페를 다시 찾아와 친구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앞에는 학생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여인들의 노래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 부분은 소설에서는 단 한 줄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여자: 전투 뒤에 학생들 봤나?
 
여자: 그 애들은 지난밤을 못 넘겼다오
 
여자: 그저 어린 학생들인데
새 세상을 만든다고 싸우다 죽네
 
여자: 새 세상은 있긴 한 건가?
 
여자애: 가서 깨워
 
여자: 깨울 수 없어
 
여자: 한창때에 죽을 줄은 모두 몰랐지
 
여자: 눈물 거둬, 세상 다 그래
 
여자: 기도 따윈 뭐 하려 해?
듣지도 않아
 
여자: 흘러 흘러 흘러 흘러 세월 지나도
흘러 흘러 세월 지나도
한 해가고, 두 해가고, 십년이 가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어(변한 것은)
돌고 돌아 돌아오면
(하나도 없어)
 
처음 그 자리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
 
마리우스: 차마 말도 못 할 슬픔
고통만 더해가고
텅 빈 의자, 텅 빈 탁자
모두 죽고 사라져
혁명 토론하던 이곳
불길 타오르던 이곳
내일 노래하던 이곳
결국 오지 않을 날
 
한쪽 구석 탁자에서
깨어날 세상 꿈꿨지
부푼 목소리 드높아
아직 귀에 들려
그날 그 함성소리는
우리의 작별 인사
홀로 남은 바리케이드만이
친구여, 날 용서해줘
함께 죽지 못한 나를
차마 말도 못 할 슬픔
고통만 더해가고
창문에 어리는 추억
마루에 걸린 그림자
텅 빈 의자, 텅 빈 탁자
나만 홀로 남았네
 
묻지 말길, 내 친구여
너의 희생 무어냐고
텅 빈 의자, 텅 빈 탁자
사라진 노랫소리
 
 소설에서는 병상에서 ABC 벗들의 죽음에 대해 잠시 생각했을 뿐이지만 뮤지컬에서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절절히 묻어 나온다. 같이 죽지 못한 아픔, 슬픔, 눈물이 그 속에 가득 들어차 있다. 어째서 뮤지컬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확대해서 넣은 것일까.
뮤지컬은 이 장면을 통해 혁명을 실패한 슬픔을 더욱 부각하고, 그와 동시에 그 가운데 살아남은 마리우스의 처지와 심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Red&Black을 부르며 혁명을 부르짖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뜨거운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의 죽음, 혁명의 실패, 달라지지 않은 내일. 2부가 시작하며 혁명이 절정에 달하고 결국 실패한 이후 서사의 감정선은 이 부분에 와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완전히 실패하고,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보이게 만듦으로 뒷부분에 나올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 장발장의 고백과 떠남, 그리고 오해가 풀리는 결말을 부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앞뒤 사건 진행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고 감정의 흐름을 조절해 관객들이 더 크게 감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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