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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서양 공포영화의 구조적 차이, 결론

by Glad soomy 2023. 3. 21.

1. 민간 전설의 유형 - 종교적 배경에 따른 차이

 동양과 서양의 공포 대상을 크게 나누면 귀신과 악마가 대표적이다. 이는 수천 년 이상 동서양 사회를 지배해 온 종교관습에 그 배경을 두는 경향이 다분하다. 동양의 경우에는 샤머니즘에 그 뿌리를 내렸다. 한국 영화 ‘손님 (2015)’에서 무당의 저주와 우룡의 복수는 모두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풀이이다. 일본의 ‘나고야 살인사건 (2007)’은 도시 괴담이 영화화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흔히 빨간 마스크로 유명한 일본의 ‘입 찢어진 여자’ 괴담에서는 빨간 마스크를 쓴 여인 사람들의 입을 찢는다. 이유는 자기 입을 찢은 남자에 대한 원한이다. 이처럼 동양의 귀신은 살인하는 귀신에게 명분을 부여하는 권선징악적 성격이 강하다. 범신론적인 입장에 가까운 샤머니즘에서 만들어진 귀신은 그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오랜 옛날부터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로 사람과 귀신이 서로에게 제약을 주어 절대 악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반면, 서양에서는 악마의 존재를 절대 악의 존재로 여겼다. 서양의 종교 거의 전반을 차지하는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는 잡귀나 귀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으면 소위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이 세상에는 잡귀 또는 귀신이 남을 수 없고, 남아있는 귀신의 경우도 예외적인 경우가 다수다. 등장하는 사탄과 악마는 악의 근원으로 절대 악을 상징한다. 미국의 ‘인시디어스 (2010)’, 그 시리즈 전반에는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로 혼과 인간이 존재하는 세계의 분리가 일어난다. 악마는 아이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절대 악의 존재로 나타나며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비어있는 인간의 몸을 빼앗으려는 혼의 존재는 그저 육신이 필요한 악한 존재이지 원한을 가지고 인간을 살해하고 몸을 빼앗은 원혼의 존재는 아니다. ‘돈비 어프레이드 - 어둠 속의 속삭임 (2010)’에서 이빨 요정이 주인공 소녀 샐리를 공격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악한 괴물일 뿐이다. 이처럼 서양의 악마는 복수나 원한의 존재가 아니다. 악마를 숭배하는 인간의 혼이 남거나 악마 그 자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데 이는 근원적으로 악한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종교적 배경에 따른 동서양 공포영화 차이

2. 마무리

 이번 201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필자는 민간전설을 소재로 한 동양과 서양 공포영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백트랙 (2015)’, ‘손님 (2015)’, ‘죽음의 제물 (2015)’를 보았다.
 동‧서양의 공포영화, 특히 민담, 전설, 괴담 등을 소재로 잡은 공포영화에는 내용상으로나 소재상으로나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다. 동양에서는 ‘한’을 소재로 한 귀신의 이미지가 섬뜩하게 드러나며, 권선징악의 구조를 띠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서양에서는 악마나 마녀, 또는 살인자 등을 소재로 하여 인간에게 악마가 대입되거나 사람을 마녀로 간주하고 살인 장면을 보여주는 등 행위 주체의 모습보다는 그 현상이나 행위가 잔혹성을 띠고 스릴 있게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영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동양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표방이, 서양에서는 동양 영화의 리메이크 붐이 일어난 것이 공포영화의 추세이다. 이에 따라 동‧서양의 공포영화가 각각 귀신과 악마 등 서로의 모습을 가져오며 그 범주가 확장되고 더 다양한 모습의 공포를 주고 있다. 이는 전설이나 괴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 ‘손님 (2015)’은 우리나라의 민간전설 ‘손’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독일 하멜른의 민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한국 영화 ‘마녀 (2013)’에서는 제목대로 서양의 마녀 이야기가 그 소재가 된다. 조만간 개봉하는 한국 영화 ‘검은 사제들 (2015)’은 한국 최초로 엑소시즘을 기반에 두고 있는 영화이다. 서양에서도 일본 영화 ‘주온 (2002)’을 리메이크한 영화 ‘그루지 (2004)’가 나오고, 미국 영화 ‘에나벨 (2014)’의 귀신은 동양처럼 흰옷에 검은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국 영화인 ‘갤로우즈 (2015)’를 비롯해 분신사바와 비슷한 서양의 위자게임을 소재로 삼은 ‘위자 (2014)’에서는 이제 귀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공포영화 추천

3. 현재의 동서양 공포영화 추세

 이처럼 동서양의 공포영화는 그 소재와 공포감 부여 방법에 있어서 서로의 방법을 수용하며 그 경계가 예전보다는 많이 흐려졌다. 전통 귀신의 모습을 주로 담아내던 동양의 공포영화에서 심리 공포물과 슬래셔물이 등장하며 서양 공포영화의 보여주기 방법이던 ‘잔인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 ‘고사 (2008)’에서의 긴장되는 심리공포와 살인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을 들 수 있겠다. 반면 서양의 공포영화에는 반대로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의 사용이 등장했다. 미국 영화 ‘컨저링 (2013)’의 지하실 계단에서의 귀신의 손만 튀어나와 손뼉을 치는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귀신 자체가 등장하며 복수와 원한으로 권선징악의 구조를 띠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대중 매체의 발달로 문화의 교류가 일어나며 서로의 공포영화 역시 접하게 되며 나타난 시도들이다.
 최근 영화계 전반에는 다양한 국가의 합작 구조가 많이 보이곤 한다. 서로의 소재를 수용하고, 새로운 소재를 이용하여 공포영화를 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그 길지 않은 역사에서도 빠른 변혁과 수용으로 인해 우리는, 특히 우리 세대는, 공포영화 속 세부 장르의 다양함을 만끽하고 있다. 이로써 언젠가 다양한 국가의 합작으로 나타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공포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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